■ 인터뷰 I 옥당 이옥천 선생
■ 인터뷰 I 옥당 이옥천 선생
  • 편집부
  • 승인 2015.05.0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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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연기·무용 종합예술‘여성국극’의 현존하는 역사

오는 9일 남산 한옥마을 충무아트홀 기획 공연으로 ‘춘향전’ 무대 선보여

인물이 걸어온 한 생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역사가 된다. 국악에 뿌리를 두고 50여 년 동안 국극에 온 열정을 바친 옥당 이옥천(예명 이등우) 선생은 그 존재만으로도 여성국극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9살 때 첫사랑이라 할 수 있는 국악을 만났고, 16살 국극에 반한 이후로 그 애정은 아직까지도 식을 줄을 모른다. 그리고 그때 사제지간의 인연을 맺은 명창 박녹주 선생에게 흥보가와 춘향가를 사사 받았다. 하지만 여성국극에 대한 열망으로 스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 국극단체를 꾸려 2년여간 쉬지 않고 공연을 올렸다. 힘든 것보다는 재미가 더 크다고 말하는 그녀는 국극에 대한 얘기를 하는 동안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옥천 선생은 “여성국극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 때문에 관객들은 남녀 간의 사랑 장면도 부드럽게 받아드린다”며 “남성을 연기할 때는 걸음걸이, 몸짓이 조금 더 과장스러우면서도, 또 여자가 남자역할로서 관객을 매료시켜야 하기 때문에 연구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소리와 연기, 무용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예술인 여성국극에서 남성 연기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본디 성량이 크고 타고난 소리꾼이었던 그녀는 4남매 중 막내딸로 오빠들과 어울려 논 덕분에 남성 연기를 옷 하나만 더 걸친 듯이 쉽게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남성적인 무조가 깔린 동편의 음성을 타고난 것도 한몫했다.

이를 입증하듯이 그녀는 어릴 적부터 각종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것은 물론, 2000년에는 장흥 전통 가무악 전국제전 종합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사)옥당국악국극보존회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국립전통민속예술중고등학교에서 국극의 기본인 판소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이 선생은 “남성 연기를 제대로 소화할 후학을 양성해야 한다. 또 젊은 사람들이 연기를 선보여야하는데, 그런 기회조차 마땅치 않다"며 후학양성과 국극 운영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성국극은 1950, 60년대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고, 인정받는 일류 악사들이 연주를 맡았을 만큼 그 당시의 행보는 찬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국극은 오래되고 쇠퇴한, 그리고 어르신들만이 찾는 예술문화로 여겨졌다. 하지만 1999년 국립극장에서 ‘춘향전’을 장기공연하면서 여성국극은 다시금 사랑받는다. 그 당시 공연 관계자는 ‘고무신이 하이힐이 됐다’는 농을 던졌을 정도.

현재 중구 약수동에 소재한 연구소도 그때 인연을 맺은 수양어머니 덕분에 마련할 수 있었다. 또 15년차 중구민인 그녀는 중구의 마당발인 중구여성단체연합회 최우정 회장도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이라며, 최 회장이 여성국극을 위한 조력자로서 많은 힘이 돼주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현재 옥당 이옥천 선생은 오는 9일 남산골 한옥마을 천우각 광장에서 중구민을 위한 공연을 준비 중이다. 충무아트홀의 ‘찾아가는 문화사랑방 ACT’로서 ‘춘향전’을 이 선생의 10대 제자들부터 7,80대 원로선생까지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멋진 여성국극 한마당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 이몽룡을 맡은 이 선생은 성춘향과 만날 때는 사랑에 빠진 순수한 소년의 모습과 암행어사로서 출두할 때는 누구보다 우직한 남성적인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또 “극장과 달리 야외무대는 시선이 분산되고, 배우들의 준비과정도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더욱 신경 쓸 일이 많다. 야외무대인 만큼, 찾아오시는 중구민들에게 제대로 된 여성국극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왕자가 된 소녀’는 왕이 됐지만, 아직 왕관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여성국극의 맥을 잇는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계속 짊어져야 한다. 쉽게 잊혀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오직 여성국극에서만 느껴지는 ‘강한 아름다움’의 미학이 앞으로도 지속되기 위해서는, 또 여성국극이 ‘국극’인 만큼 국가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서민경 기자

*‘왕자가 된 소녀’: 여성국극 배우와 그 팬들에 대한 김혜정 감독의 다큐멘터리 ‘왕자가 된 소녀들’의 제목을 인용한 것.

옥당 이옥천 선생이 이몽룡의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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