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동에 살았던 홍화보公 집안
회현동에 살았던 홍화보公 집안
  • 편집부
  • 승인 2015.12.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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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아부 않던 다산의 장인(丈人)

 

무서운 권력에 굴하지 않은 선비이자 무인(武人)

 홍 절도사의 이름은 화보(和輔, 1726∼1791)로 다산의 장인(丈人)어른

세상에서 무서운 것은 권력입니다. 법과 양심에 따르는 권력이야 무서울 것이 없지만, 전제군주 시대에나, 독재 시절의 권력은 어느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산의 글 「함경북도병마절도사홍공묘갈명(咸鏡北道兵馬節度使洪公墓碣銘)」을 읽어보면 무서운 권력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소신껏 일했던 선비이자 무인(武人)이던 홍절도사에 대한 내용이 재미있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홍절도사의 이름은 화보(和輔, 1726∼1791)로 바로 다산의 장인(丈人)어른이었습니다.

서울의 회현동에서 살았던 홍화보공의 집안은 대단한 명문이었습니다. 대대로 고관대작을 배출한 풍산 홍씨로 할아버지나 아버지도 높은 벼슬에 올랐고 형제들 모두가 고관대작을 지냈습니다. 역사에 이름이 오른 홍공의 형님 홍수보는 큰댁으로 양자를 갔는데, 유명한 판서로 혁혁한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두 아들 홍인호·홍의호는 실제로는 다산의 4촌 처남들이지만, 양자간 탓으로 6촌 처남이었는데 형제가 모두 판서에 오른 고관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홍씨 집안은 이름난 문반(文班) 집안이었지만 홍공은 문과에 몇 차례 실패하고 무과(武科)에 급제하여 여러 곳의 수령(守令)을 지냈고, 전라도·경상도·함경도 병마절도사를 역임하고 황해도 병마절도사로 재직 중이던 66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특이한 일은 무인이면서도 진사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였고, 임금의 신임을 얻어 글 잘한다는 평판으로 여러 차례 승정원의 승지(承旨)를 역임했던 경력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홍공에 대하여 다산은 홍공의 묘소에 세울 「묘갈명」이라는 글을 통해, 그분이 얼마나 기개가 높았으며, 의리에 전혀 소홀함이 없었으며, 무서운 권력 앞에서도 정정당당하게 처신하던 모습을 유려한 문장으로 기술하였습니다. 홍공이 한창 벼슬하던 무렵, 그때는 정조대왕의 등극 초기였는데, 세도가 홍국영의 권력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습니다.

모두가 홍국영에게 아부하고 뇌물을 바치면서 벼슬을 유지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홍공은 여러 벼슬을 지내면서도 뇌물을 바치기는커녕, 일체 찾아가거나 아부하는 일이 없자, 홍국영은 마침내 트집을 잡아 홍공을 멀고 먼 평안도로 유배를 보내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유배를 떠날 무렵 홍공의 지인이 홍국영에게 편지라도 보내 빨리 해배될 일을 도모하라고 하자, “당신은 홍국영을 태산처럼 여기지만, 그는 여름이면 녹을 빙산에 지나지 않습니다. (얼음처럼 권력은 쉽게 무너질 거라는 뜻)”라고 말하면서 달게 유배를 떠나고 말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대단한 기개가 아닌가요. 홍공의 말대로 홍국영의 권력은 빙산에 지나지 않아 쉽게 무너지고 홍공은 유배가 풀려 다시 여러 벼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당대의 명정승이던 번암 채제공이 반대파 권력자들의 모함으로 집안에 칩거하자, 가까이 지내던 모두가 그를 외면하던 때에도, 홍공은 말을 타고 찾아가 인사를 올렸습니다. 그때 채제공은 눈에 띄지 않도록 말을 보이지 않는 곳에 두라고 하자, 홍공은 그러려면 왜 제가 찾아왔겠느냐면서, 누구의 말이냐고 묻거든, 회현동 홍병사의 말이라고 당당히 말하라고 하면서, 권력자들의 눈치를 피하지 않던 용기와 기개를 지녔다고 했습니다. (『혼돈록』)

그렇습니다. 권력에 굴종하고 아부만 하는 오늘의 벼슬아치들, 홍공의 용기와 기개를 배워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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