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별들과 함께한 인생, 문금순 씨
충무로에서 별들과 함께한 인생, 문금순 씨
  • 편집부
  • 승인 2016.06.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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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집 운영하며 영화인들의 사랑방 역할, 의경어머니회 활동

영화의 본거지 중구 충무로의 흥망을 함께 해온 문금순 씨(80세)에게 충무로는 일생을 지내온 삶의 터전이다. 영화계에서는 유일하게 충무로에서 살림도 하고 아이도 키우면서 영화사도 운영했던 문금순 씨 내외에겐 충무로는 특별한 곳이다.

1960년 초반 한국영화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충무로에서 영화사 극동흥업을 운영했던 차태진 씨의 부인인 문 씨가 운영하는 작은 한식집 ‘장독대’엔 아직도 김기덕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들이 드문드문 찾아온다. 원로 영화인들의 경조사며 소식을 주고받는 뉴스메이커이자 사랑방 역할을 하는 셈이다.

1959년 설립된 극동흥업은 ‘가정교사’(1962년), ‘아낌없이 주련다’(1962년), ‘노란샤쓰 입은 사나이’(1962년), ‘김약국집 딸들’, ‘맨발의 청춘’(1964년), ‘떠날때는 말없이’(1964년), ‘초우’(1966년) 등 당시 한국영화 대표작 108편을 제작했다.

요즘 관객을 1,000만명 동원해야만 영화가 유행했다고 하지만, 당시엔 10만명을 넘으면 히트작이라고 해 영화사 직원들과 스탭진들에게 보너스와 같은 ‘만원사례’가 있었다. 극동흥업은 그 어느 영화사보다도 만원사례가 많았었다. 1960년 초반은 한국영화의 전성기였고, 일반인들에게조차 충무로는 ‘한국의 헐리우드’라 불릴 만큼 영화산업의 메카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극동흥업이 있었다. 성황을 누리던 충무로 영화산업은 1960년대 후반 TV영향으로 극장 손님이 줄어들면서 영화사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극동흥업도 1969년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맞는다.

영화사 운영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탈피하기 위해 1970년도부터 극동흥업 자리에서 시작한 설렁탕집 ‘설미옥’은 영화인들에겐 구수한 국물맛으로 유명한 맛집이자 영화인들의 소식을 전해 듣는 사랑방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장독대’라는 상호로 바뀌었지만 둘째아들과 함께 충무로를 지키며 인근의 인쇄업자들과 전통음식을 찾는 이들을 맞고 있다.

이곳에서 두 아들과 딸을 키우면서 문 씨는 남편과 아들 때문에 수없이 드나들었던 중부경찰서와의 인연으로 26년째 의경어머니회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젊은 의경들의 간식거리와 식사를 챙겨 주고 있는 문 씨는 중구여성단체연합회 수석부회장을 맡아 지역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회의에 참석하고 고문 역할도 맡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가곡반과 동양철학반도 수강해 문인들과 함께 했던 시절처럼 젊게 생활하려 애쓴다.

문 씨는 “충무로가 살려면 명동과 이어져야 한다. 문예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임대료도 싸게 하고, 그러면 리모델링도 쉽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금은 영화사가 모두 떠나가고 인쇄소와 보험회사로 메워진 충무로 골목길을 바라보며 문예와 영화의 중심이었던 충무로가 다시 번성할 그날을 그녀는 그려본다.

김건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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