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패도지(一敗塗地)와 권토중래(捲土重來)의 사이 (서울지방보훈청 오제호)
일패도지(一敗塗地)와 권토중래(捲土重來)의 사이 (서울지방보훈청 오제호)
  • 편집부
  • 승인 2017.09.0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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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보훈청 오제호 주무관

서울지방보훈청 보훈과 오제호

 

일패도지(一敗塗地)와 권토중래(捲土重來)의 사이

 

싸움에 패했을 때, 큰 실패를 경험했을 때, 절망과 시련이 찾아왔을 때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완전히 패하여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것이요[一敗塗地], 다른 하나는 실패에 굴하지 않고 몇 번이나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捲土重來]. 안타깝게도 세상은 전자의 경우가 더 많다. 기록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망국(亡國)과 흔적도 없이 사라진 민족들의 사례는 이를 뒷받침해 준다. 물론 후자의 경우도 존재한다. 이스라엘이 그랬고 폴란드가 일구어냈던 이 기적은 다름 아닌 우리 대한의 것이기도 하다.

세계4대문명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연원을 자랑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처음으로 꽃피운 민족은 수메르(Sumer)인이다. 알파벳, 법전, 12진법, 태음력 등 오리엔트 최고(最古)의 문명으로서 이들이 인류에 남긴 족적은 지대하다. 하지만 지금 지구상에서 수메르인을 찾아볼 수는 없다. 원 2000년 즈음 바빌로니아의 침략으로 역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마야·아스텍·잉카문명 등 한 번의 실패로 완전히 멸망한 국가·민족 공동체의 사례는 너무도 많다. 반면 기원전 772년 아시리아를 시작으로 페르시아, 알랙산더, 로마 등 수많은 지배를 거쳐 영국을 끝으로 1948년 자신들의 나라를 되찾은 민족이 있다. 기원 6세기 경 잠깐 나라를 되찾은 때를 제외하면 2500년이 넘는 인고의 세월 끝에 결실을 맺은 이들은 다름 아닌 이스라엘(민족)이다. 한편 폴란드 또한 두 차례 129년간의 국권상실을 경험했다. 1795년 러시아·오스트리아·프로이센에 의해 분할 점령되었다가 1918년 독립했고, 1939년부터 6년간은 독일·소련의 지배를 받았지만 결국은 독립국가 폴란드를 재건했다.

우리나라 또한 기원전 108년 고조선의 멸망과 한사군의 설치, 약 90년간의 원나라의 간접 지배 등 실패를 경험했지만 다시금 일어섰다. 특히 1910년 경술국치는 우리 역사 최초의 주권 상실이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멸망이요, 다시 일어나기 어려워 보이는 실패였다. 하지만 1000여 회의 외침을 극복한 역사적 경험, 5000년을 이어온 민족자존의 자긍심, 융성한 문화를 이룩·수출해온 저력이 있었기에, 우리 대한은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이러한 무형의 기반에 독립운동가들의 위국헌신이 더해져 1945년의 기적인 광복을 마침내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수많은 민족이 명멸을 거듭하고 국가의 운명이 뒤바뀌는 세계사의 흐름에서, 이스라엘과 폴란드 등이 그랬듯 우리도 누차례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폴란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연합국의 승리 외에도 독립국가를 건설하고자 하는 스스로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1945년 광복 또한 일제의 패전과는 별개로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겪었던 갖은 시련과 고난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107년 전 경술국치로 일패도지하지 않은 것은 마땅히 자랑스럽게 여길 만한 일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이룩한 권토중래는 단순히 1945년 광복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1948년 정부수립과 6·25전쟁의 극복, 민주화, 경제발전 등 광복으로 시작된 대한민국 현대사의 굴기를 망라한다. 이는 1945년 연합국의 승리로 탄생한 많은 국가들이 여전히 정체 혹은 답보 상태에 있다는 사실에서도 국권상실이라는 실패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대한민국의 성취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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