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문화를 가꾸는 남성 모임
평등문화를 가꾸는 남성 모임
  • 김은하기자
  • 승인 2005.06.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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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평등은 생활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
 

“남녀평등은 퍼스트레이디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을 같은 기준에서 판단하고 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내 가족 내 아내를 비롯해 내 주위의 여성들과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평등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남녀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평등문화를 가꾸는 남성 모임 회원들.지난 1일 정동 배제빌딩 1층 세미나실에서는 10여명의 다양한 연령층의 남성들이 모여 남녀평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남녀평등이나 여성의 사회적 지위 등을 목소리 높여 주장하고 강조하는 이들이 여성이 아닌 남성들이라는 점에서 이색적인 이들은 ‘서울여성의 전화’ 산하 ‘평등문화를 가꾸는 남성 모임’ 회원들이다. 

평등문화를 가꾸는 남성 모임은 지난 1995년 여성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남녀가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데 뜻을 모은 남성 30여명이 만든 모임이다. 10여년 동안 들락날락하는 회원들도 많아 현재는 6명 정도가 주요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여성운동에 특별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이 모임의 한상춘 회장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우리나라 여성들의 사회적인 불평등을 더욱 실감하게 됐다. 여성에 대한 불평등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모임에 가입하게 됐으며 회원들의 대부분이 같은 마음이다”고 말했다.

또 한 회장은 “때로는 회원들 조차도 이성적으로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다”며 “결혼을 해서 아내를 대할 때 자신에게 숨어 있는 가부장적 남성성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모임에 참석하면서 이를 반성하고 더욱 실천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나이도 제각각이고 직업도 다양하지만 남녀평등을 실천한다는 가입 동기 만큼은 하나다. 공무원, 교사, 연구원, 장애인 물리치료사, 대학생 등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남성들이 한달에 한번 정기모임을 갖고 토론도 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평등교육을 실시하는가 하면 여성단체 행사 등에 참석하기도 한다.

지난 2000년에는 미국에서 남성들에게 폭력의 부당함을 교육할 때 쓰는 교재 ‘맨즈 워크(원제 Men’s Work)’를 번역·발간하기도 했다.

9년전 모임에 가입해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인 신부 하유설 씨는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당시에는 한국의 남성들은 모두 가부장적이고 우월감에 빠져 있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모임에서 활동하면서 한국 남성들을 다시 보게 됐고 남녀평등에 대해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어 보람이 크다”며 “특히 50대 이상의 중년층 회원들이 젊은이들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에 깜짝 놀랄 때도 많다”며 밝게 웃었다.

평등문화를 가꾸는 남성 모임 회원들 모두는 “남녀의 평등한 관계는 이론적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이뤄진다”며 “회원들이 증가해서 모임의 규모가 커지는 것 보다 일상 생활에서 남녀평등을 실천하는 한국 남성들이 많아지는 것이 더 큰 바람이다”고 입모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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