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노인의 위상 2
한국에서의 노인의 위상 2
  • 인터넷편집부
  • 승인 2019.10.0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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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철학의 대상으로서의 노년'
황진수 한성대학교 명예교수
황진수 한성대학교 명예교수

인간의 태어남은 시작을 의미하며, 죽음은 곧 끝을 의미한다고 믿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러기에 갓난아기의 탄생은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는 반면, 죽음을 대할 때면 사람들은 무겁고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로마시대 문인이자 정치가·웅변가로 활약했던 Marcus Tullius Cicero(BC 106~43)는 그의 저서 <노년에 관하여>를 통해 노년기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인식들을 대변하고 있다. 그 당시 사회에 면면히 흘렀던 에토스(ethos)는 사회의 질서와 공통의 관습, 공통된 가치관 또는 인식 등이었다. 로마시대의 노년을 바라보는 인식은 로마 공화정 시기와 로마 제정 시기로 나눠볼 수 있는데, 한 가지 예를 들면, 가부장 역할에 관한 것이다. 로마 공화정 시기는 한 가정의 우두머리인 남성 곧 나이든 아버지, 노인이 가부장으로서의 역할을 발휘할 수 있었던 시기이고, 로마 제정 시기는 가부장의 역할이 쇠퇴하거나 무능해지는 시기로 나타났다.
키케로가 <노년에 관하여>를 저술했던 시기는 대략 BC 43년경으로 그는 공화정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이사르(시저)가 등장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고 철학관련 저술활동에 몰입하였다.
<노년에 관하여>에서 적시한 노년기의 취약점 4가지는, 첫째, 노년은 노인의 활동을 저해한다는 것. 둘째, 노년은 신체를 허약하게 한다는 것. 셋째, 노년은 그들에게서 거의 모든 쾌락을 빼앗아 간다는 것. 넷째, 노년은 죽음과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이 4가지는 키케로가 신체적 노년기를 정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키케로는 노년기와 신체를 말했는데 신체는 '수용하는 태도로서의 미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당시의 사회를 지배했던 스토아적 사유와 철학이 배경을 이룬다. 그가 내세운 활동의 제약, 허약함, 쾌락의 상실 등은 사실 상 노인의 특징이며, 신체적 징후라고 말할 수 있다. 키케로는 소외될 수 있었던 노년기라는 세대적 특징을 철학적 체제로 끌어냈다. 이는 우리에게 주는 가장 오랜 메시지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든 유기체는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노화를 겪게 된다. 이것은 거부할 수 없는 철리(哲理)이고, 정상적인 변화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만연해있다. 의료기술은 노화를 늦추는 데 상업화되어 있으며, 미디어는 가난하고 무기력하며 병약한 노년의 이미지를 생산해내고 있다. 현재 우리는 노년이 노년에 의한 노년을 위한 정치·사회학적 권한과 의무를 행사하는 이상적 노인집단의 등장과 고령사회에 알맞은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절감하고 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노년연구는 기존의 의존적이고 부정적 고정관념을 반성하면서 노인 담론을 긍정적 의미로 전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노년들은 보수를 받든 안 받든 사회와 지역을 위한 자원봉사의 자세가 되어 있으며, 자신과 가족을 위한 생산성을 증가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사회에서는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인지적으로 정상적이며 무능하지 않고 인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노인인구가 미국의 노년세대를 주도하고 있다.
신노년담론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신노년은 활동적 노인으로 바쁜 노인이다. 이 경우는 활동성·생산성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참여하지 못하는 노인은 주변인물로 고착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둘째, 성공적 노년의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으로 모든 역량과 활동을 사사화(私事化)시킨다. 이 경우는 노년기의 휴업상태의 노인에 대한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셋째, 결과적으로 신노년에 대한 찬사와 긍정적 의미부여는 반대로 저소득층, 장애노인, 무능한 처지의 노인을 더욱 주변화시키고 이들에 대한 사회정책의 대상으로 고착화시킨다. 노년이 무조건 가치 있다고 역설하는 것도 문제이다. 노년이기 때문에 갖는 다양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찾아내어 젊은 세대의 그것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모색해야 한다. 봄철에 피는 아름다운 꽃과 안개도 아름답지만, 가을의 바위와 어울리는 단풍의 모습 또한 아름답지 아니한가. 모화상이 말한 것처럼 아침의 태양도 눈부시지만 저녁놀의 해지는 모습도 아름답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젊음의 연장이 아닌 노년 지혜를 인생의 한 과정으로 인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 그리고 노년이 그 과정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지원해주는 것이 바로 노년철학의 과제이다. 따라서 노년철학, 구체적으로 인생의 마지막 장을 어떻게 장식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것은 비단 노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절실한 공동체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것이 아니다. 그때의 행복은 유예되거나 순간적으로 지나가 버린다. 최근 노년학에 관한 새로운 접근이 진행되고 있다. 노년공학이 그것이다. 이는 노인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신체적·정신적·기능적 적응문제를 테크날로지를 활용하여 해결함으로써 노인과 노인부양자의 최적생활을 추구하는 연구이다.(황진수 외, 노년학의 이해, 대영문화사, 2000.) 이 노년공학이야말로 21세기 노년학이 초고령사회·장수사회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실천적 분야가 될 수 있다.  (다음호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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