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가슴을 달군 따뜻한 현장 속으로
지난 해 가슴을 달군 따뜻한 현장 속으로
  • 인터넷편집부
  • 승인 2020.01.2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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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대 할머니와 20여마리 개 구조 그 이후 ◆
- 이제 살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하면서도 얼굴엔 함박꽃이 피어나 -
서양호구청장이 다산동에 거주하는 할머니를 방문하여 위로하고있다.
서양호구청장이 다산동에 거주하는 할머니를 방문하여 위로하고있다.

지난해 9월 중구 다산동에 20여마리 개와 쓰레기더미속 가건물에 거주하던 80대 할머니(ㅇㅇ)50대 아들이 구청, 동주민센터, 이웃 주민의 보살핌으로 새 보금자리를 얻어 특별한 추석 명절을 보낸 이야기가 전해지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본보 제927호참조)

 

2020년 경자년 설을 맞아 서양호 중구청장이 유 씨의 새 보금자리를 방문했다. 이미 여러차례 유 씨를 방문한 서 구청장은 자연스레 유 씨의 손을 잡으며 안부를 물었다.

 

여기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철거업체 직원의 혀를 내두르게 했을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했던 유 씨의 새 보금자리는 당초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말끔해졌다.

 

유 씨의 이전 거처는 말이 가건물이지 합판과 샌드위치 패널, 천막 등을 얼기설기 엮어 겨우 형태만 갖춘 움막에 가까웠다. 저장강박이 의심스러울 만큼 고물과 쓰레기를 안팎으로 쌓아둔 데다 외로움을 호소하며 유기견들을 데려와 키우다보니 이웃과의 마찰도 잦았다. 20여마리의 개가 목줄 없이 돌아다니는 탓에 주변 민원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인근에서 유 씨 모자를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

 

다산동주민센터에서는 유 씨 모자를 특별관리하며 여러차례 시설 입소나 임대주택 입주를 권유했지만 유 씨는 개들과 떨어질 수 없다며 옛 거처를 떠나지 않고 수년간을 버텼다. 하지만 거듭되는 폭염과 호우에 할머니의 건강이 염려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구청과 주민센터 직원들이 작심하고 팔을 걷어 부쳤다.

 

한사코 거주지를 바꾸지 않겠다고 고집하던 할머니를 설득하는 일이 우선 과제였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이웃주민의 골칫거리였던 20여마리의 개를 동물구조관리협회로 인계하는 일부터 새 거처 마련까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다행히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재개발 조합에서 새 거처 자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동대문시장 인테리의 관련 점포주들로 구성된 집수리 봉사단체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 모임(인디모)이 리모델링 후 옷장과 가구까지 지원했다. 구청과 주민센터는 복지사례관리 관련예산, 희망온돌 지원금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집수리 사업비 연계 등 재원 마련에 나섰으며, 한 이웃 주민은 개인 후원으로 싱크대, 선반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현재 유씨는 새 거처에서 생활하며 다산동주민센터의 도움으로 장기요양 3등급 판정을 받고 주53시간씩 요양보호사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예전부터 불편했던 무릎을 생각해 편히 쉴 수 있도록 침대도 지급됐다. 부실한 식사로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매주 화, 금 신당사회복지관의 도시락 밑반찬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이 외에도 주민센터는 전자렌지와 전기요와 함께 일상생활에 쓰이는 주전자, 냄비, 세면도구 등 생필품으로 빈 공간을 채웠다. 보건소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의 이동이 편할 수 있도록 휠체어를 지원했다. 집 한 켠에는 빨래건조대, 빨래집게 등 소소하지만 주민센터에서 생활에 불편햠이 없도록 마련해 준 물품들도 여느 살림집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빈 창고를 리모델링해 임시로 사용하는 건물인만큼 난방이 제대로 되진 않았지만 전기요로 누운 자리를 데우고 전기히터를 설치해 유씨의 새 공간을 훈훈한 온기로 채웠다. 행여나 하는 걱정에 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이 방문해 전기 안전상태도 꼼꼼히 살폈다.

 

아직 개 두 마리를 방 안에 두고 벗삼아 키우는 유씨를 위해 주민센터 담당은 개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계속해서 알아보는 중이다. 유 씨는 직원이 방문할 때마다 이제 살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이사갈 필요 없다면서도 얼굴에 연신 함박꽃을 피운다고 했다.

 

유 씨를 방문해 손을 한동안 잡고 있던 서 구청장은 "할머니의 기존 거처를 철거하고 빈 창고를 리모델링해 새 거처를 구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직원들과 주변 이웃들의 도움으로 할머니가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가건물인 탓에 난방이 되지 않아 전기장판과 온열기로 생활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복지전달체계가 참 더디게 작동하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했다. 늦더라도 한걸음씩 앞으로 내딛어 따뜻한 중구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여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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