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효도의 세계화를 위하여
[칼럼] 효도의 세계화를 위하여
  • 인터넷편집부
  • 승인 2021.04.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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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수 (대한노인회 한국노인복지정책연구소장, 한성대 명예교수)
황진수 (대한노인회 한국노인복지정책연구소장, 한성대 명예교수)
황진수 (대한노인회 한국노인복지정책연구소장, 한성대 명예교수)

몇 년 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남자 중학생이 어느 노인을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사건이 있었다. 노인은 계단에 굴러 떨어져 그 자리에서 뇌진탕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하철 노약자, 장애인석에 중학생이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노인이 그 모습을 보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노인이 왔는데 양보도 안 한다고 호통을 쳤다.

그 말을 들은 중학생이 자리를 양보하고 고깝게 생각하고 있다가 노인이 내리는 것을 보고 따라 내려가서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이 폐륜적인 사건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의 관점이 있다.

첫째, 노인의 태도가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지하철 경로석에 젊은 사람이 앉아 있을 경우 노인의 행태가 세 가지가 있다. 위의 경우처럼 호통을 쳐서 자리를 뺏는 경우, 슬그머니 전철의 중간 지점으로 들어가는 경우, 모른 척하고 그냥 경로석 앞에 서 있는 경우다. 대개의 노인들은 둘째, 셋째의 경우가 많다. 경로석에 앉은 젊은이에게 호통을 쳐대면 그건 아마도 교육적 차원에서 이거나 정말로 다리가 아픈 경우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바람직한 노인의 자세는 경로석에 앉아 있는 젊은이가 자리를 양보할 경우 아니야, 나는 괜찮아, 자네가 학생(직장인)이라면 그 자리에 앉아서 편히 쉬다가 이 나라를 위해 공부(근무)를 더욱 열심히 해주게. 나는 괜찮아하면서 끝내 자리에 앉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가 노인을 존경하게 된다. 그 자리를 뺏어 노인이 앉을 경우 사리(事理)에는 맞는다. 그러나 젊은이가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 된다.

둘째는 최근 우리나라가 학교 교육이건 가정 교육이건 효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다. 조선조 5백 년을 지배했던 유교 사상의 근간이 효()였다. 효는 백행(百行)의 근원이고 모든 인간의 지도 원리(퇴계)이고, 모든 행동의 으뜸이 되는 것이며 가정을 바로잡는 길(율곡)로 인식되었다.

부모에 대한 효의 가치는 낳아 주신 (생산) 은혜와 길러 주신 (양육)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효도의 일반적 의미는 부모에 대한 존경, 보살핌뿐만 아니라 내재적으로는 웃어른에 대한 겸허한 태도, 사회에 대한 헌신적인 봉사, 국가(임금)에 대한 충성심과 일맥상통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효교육은 어떠한가. 몇 년 전 필자는 초중등학교 교과서 내용을 분석하여 효교육, 효 개념이 교과서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가를 연구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초등학교 도덕, 사회교과서에서는 고학년일수록 그 비중이 작아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중학교 교과서에는 효도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민주시민, 공중도덕, 평등사회의 길 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아예 효도내용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효교육은 지극히 작았다는 것이다.

그러면 효교육을 실천하는 가정은 어떠한가. 도대체 부모가 자녀와 대화할 시간이 없다. 옛날부터 밥상머리에서 자녀 교육을 시킨다 했는데 자녀와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입시로 인해 자녀는 새벽에 나가 밤중에 들어온다. 얼굴 볼 시간도 없다. 다시 말하면 가정에서도 자녀에게 효도는 고사하고 전달할 용건도 다 전달하지 못하는 입시지옥의 사회에 한국 가정이 몰입해 있다.

사회의 교육도 문제가 많다. TV를 켜면 청소년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의 말따먹기 놀이뿐이고, 퇴폐적인 프로에도 무방비하다.

효도는 한국인의 자랑인데 이것이 사라지고 있다. 정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적 가치이고 한국인의 자랑인 효 실천을 진흥하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과서에서 효 관련 주제를 더 많이 넣고, 가정의 효를 한국적인 미풍양속으로 발전하도록 하는 방안을 구체화시켜야 한다. 효도는 지구촌, 정보화시대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전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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