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본 ‘스승과 제자’
2009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본 ‘스승과 제자’
  • 편집국
  • 승인 2009.11.1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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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키워준 스승 이긴 제자의 깍듯한 경례
기꺼이 제자의 우승 기뻐해 주는 스승의 마음

지난 10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한국시리스 7차전이 열렸다.
이날은 SK와 KIA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혈투가 벌어져 거리는 인적이 거의 드물 정도로 한산했다.
결과는 KIA 나지완 선수가 끝내기  홈런 한방으로 1997년 이후 무려 12년 만에 기아 타이거즈가 2009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았다.
그런데 이날 9회말 1아웃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지완 선수의 솔로 홈런 한 방으로 승리를 얻는 순간 카메라 포커스는 기아의 조범현 감독이 모자를 벗고 일어나 정중하게 SK의 김성근 감독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비추었다. 그들은 과연 어떤 사이 길래 바로 몇 분 전만 해도 스포츠 강적이 되어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가 경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상대 감독에게 인사를 건넨 것일까?
물론 야구를 좋아하고 그들에 사이를 아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럴만하다고 하겠지만 그날 야구를 처음 보았던 관중들이나 혹시 그들의 아리송한 관계에 대해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정리해보면 이렇다.
그들은 한마디로 스승과 제자 사이다. 즉 야구감독과 선수 관계였던 것이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서울에 야구명문인 충암고등학교에서 감독과 선수로 유명세를 날렸다. 당시 조범현 선수는 주전포수로, 김성근은 조 선수의 감독으로 말이다. 또 그들은 황금사자기대회 8강전에서 신일고에 3점 홈런을 얻어맞고 눈물을 흘렸던 사이이기도 하다. 그 이후 김 감독은 혹독한 훈련만이 살길이라 생각하고 강도 높은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 끝에 그해 8월 봉항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신일고를 다시 만나 화끈한 설욕전을 펼쳤으며 그 결과 조범현 선수는 MVP로 선정돼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이렇게 지금의 김 감독과 조 감독은 감독과 선수로, 같이 다시 말해 야구계의 스승과 제자로 때로는 패배의 아픔을 눈물로, 때로는 기쁨의 감격을 눈물로 흘리면서 야구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감독과 훌륭한 선수라고 정평이 나 있다.
어느 덧 세월이 흘러 당시 선수로 뛰었던 조범현 선수가 감독이 되어 예전에 김성근 감독 밑에서 보고 배운 전략과 전술을 토대로 성장해 결국에는 제자가 스승을 이기는 기막힌 명승부를 펼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 감독은 “조범현이 참 잘한다. 이제는 나를 갖고 놀려 댄다”며 한 편으로는 제자였던 조 감독의 전술에 흐뭇함을 표하기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제자에 대한 애착으로 김 감독은 기아가 어려운 행보를 하고 있을 때 조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서두르지 마라’는 조언을 자주 건넸다고 한다. 이렇듯 그들은 야구 게임의 상대이기 이전에 스승과 제자였던 것이다.
우리는 왜 한국시리즈가 끝난 지 보름이 지난 지금도 이번 2009 한국시리즈 야구경기에 대해 감동적이었다고 말을 하는지를 이 내용을 보면 충분히 공감이 갈 것이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잠깐 현 세대의 스승과 제자 관계를 보면 씁쓸함이 크다.
공부 시간에 제자가 스승에게 맞았다고 고소를 하기 일쑤고 아주 극소수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입에도 담지 못할 성추행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는 이런 사태를 보면서 과연 사제지간(師弟之間)의 의미가 너무나도 바닥에 추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회적인 상황과 맞물려 이번 기아와 SK의 경기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옛날 스승님이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오늘 우리는 2009 한국시리즈를 통해 명승부를 펼쳐 준 스승과 제자 간에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뭉클해 하고 있다. 모름지기 스승과 제자는 이런 사이가 아닐까. 우리 모두 다 같이 생각해 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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