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여는 시가 있는 풍경
11월을 여는 시가 있는 풍경
  • 편집부
  • 승인 2010.11.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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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이

- 시인 정 호 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 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들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 번씩 둘러보셨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제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분명 올 봄에 시를 실어 독자들과 ‘시정(詩情)’을 나눈 시간이 어제였음이라 느끼는데도 말입니다.
지난 가을은, 흔히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떨어지는 낙엽에 소슬한 바람에 맘 둘 곳 없다고 느끼는 남자의 정서가, 많은 이야기를 포함하는 가 봅니다. 그렇다고만 단정 지울 수는 없지만 이 시인처럼 아버지를 알고 이해하는 때는 나이가 ‘아버지’의 나이를 지난 후 그래서 가을의 늦자락에 다 달아 비로소 뭉클한 가슴을 진정 느끼는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유난히 ‘남자, 아버지’의 자리가 좁게 느껴지는 이 시대입니다. 오랜만에 집에서 자식들의 이름을 정겹게 불러본다면, 아버지와의 거리가 한발자욱 가까운 시간이 되지 않겠습니까.

-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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