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로 공연 중단 9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올라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다시 돌아왔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연출가 고선웅이 약 600년 전 중국 고전인 '조씨고아'를 각색한 작품이다. 2015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과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 등을 받으며 관객과 평단 모두를 사로잡았다.
2019년 국립극단이 실시한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 설문에서는 압도적 표 차로 1위를 차지하며 지난해 '국립극단 70주년' 기념 공연에 편성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작품은 제대로 무대에 서지 못했다.
개막이 예정됐던 작년 6월 코로나 집단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국립예술단체 공연이 중단되자 무대도 미뤄졌다. 그러다 7월 폐막 예정일을 일주일 앞두고 예술단체 공연 제한이 풀리면서 잠시 관객을 만났을 뿐이다.
지난 9일 개막한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오는 5월 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작년 '코로나19' 여파로 공연 기간이 일주일에 그치자 올해 다시 마련한 무대다. 오랜 기다림 속에 9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선 배우들은 각자의 배역에 최적화된, 잘 준비된, 무르익은 연기를 선보였다. 2시간이 넘는 공연 동안 이미 삶과 함께 뒤엉켜버린 코로나를 떨쳐 내려는 듯 절절함이 느껴졌다.
한칸 띄어 앉은 객석에서 배우들을 마주한 관객들은 뿌듯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배우 장두이(도얀고 역)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에 웃다가도, 조씨고아를 안고서 울부짖는 하성광(정영 역)의 절규에 숙연해졌다.
극은 조씨 가문의 멸문지화, 20년간 비밀스러운 준비와 복수가 주된 내용이지만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권선징악'이 아니다. 죽이고 복수를 꿈꾸고 보복하는 그 오랜 시간이 남긴 허무에 집중한다.
공연이 막을 내리고 출연진의 인사가 시작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배우들이 생기 가득한 얼굴로 환하게 웃자 박수 소리는 더 커졌다. 객석에서 일어서 코로나 시기를 잘 버티고 이겨낸 배우들에게 함성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여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