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앗아간 국보 1호 숭례문
화마가 앗아간 국보 1호 숭례문
  • 유인숙기자
  • 승인 2008.02.2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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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로 인한 화재 … 전반적인 문화재 관리 허술 지적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0일 국보 1호 숭례문이 방화로 인한 화재로 소실됐다. 사진은 소방대원들이 화재가 난 숭례문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숭례문 화재 경위에서 범인 검거까지 = 이번 화재는 지난 10일 오후 8시40분경 서울종합방재센터에 숭례문 화재 신고가 접수된 후 화재 진압을 시도했으나 불길을 잡지 못해 지난 11일 오전 0시25분경 2층 누각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다가 30여분 뒤에는 2층 누각 지붕이 붕괴되기 시작, 지난 11일 오전 1시55분경 석반을 제외한 2층 누각 전체와 1층 누각 대부분이 붕괴되었다.
숭례문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2일 오전 숭례문 방화사건 피의자로 채모(69)씨를 검거하고 채씨 단독범행으로 결정, 지난 1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채씨는 지난 1997~1998년 경기 고양시 일산동 주거지 재건축 과정에서 받은 토지보상금이 자신의 생각보다 턱없이 적은데 불만을 품고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지난 2006년 4월에도 같은 이유로 창경궁 문정전 출입문에 불을 질렀다가 체포돼 집행유예를 받은 상태다.
문화재 방화범의 경우 법정 최고형이 무기징역에 달하는 만큼 중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숭례문 화재 책임 공방 =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전소된 뒤 화재 진압과 관련해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 문화재보호법상 관리 책임이 있는 관할 기초자치단체인 중구청이 화재 진압 시점과 소극적 진압의 책임, 숭례문 관리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중구는 2005년 5월 이전까지는 3인 1개조로 24시간 숙직근무를 하며 관리해 왔다.
이후 숭례문 보수공사 후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범위에 대해 문화재청에서 개방시간에 경비실을 운영하되 야간에는 정문을 폐쇄하고 CCTV를 설치 운영토록 회신함에 따라 2005년 6월부터 야간에 무인경비시스템으로 변경하게 됐다.
이에 개방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평일의 경우에는 관리직원 3명(기능직 1명, 상용직 2명)이, 휴일에는 1명의 직원이 현장에 상주하며 수시로 순찰을 돌고 있으며 평일과 휴일에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무인경비업체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화재와 관련해 중구청은 소방서에 적극 진화를 주장했지만 문화재청의 국보 손상 최소화 요청에 따라 소방서가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중구가 문화재청에 숭례문에 화재예방 CCTV 설치를 요구했으나 묵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에 따르면 2006년 6월 20일 서울시(문화재과)를 경유해 문화재청에 숭례문 화재예방 및 소화시설 설치 사업 예산(옥외소화전 5천만원, 화재감지기 600만원, 화재예방 CCTV 2천400만원) 8천만원(국비 4천만원, 시비 4천만원)을 요구했으나 문화재청은 이에 대한 회신도 않고 2007년도 국고보조사업에 반영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중구는 2005년 4월 26일 시민광장 조성 공사에 따른 숭례문 보수 및 관리 소요예산 14억2천800만원을 요구했으나 문화재청은 5월 9일 석재부분 세척, 성석 보존 처리, 단청 보수 등 문화재 보수 예산만 2006년에 반영하고 숭례문 경비용역, 문화재 유지 관리, 성곽내 청소용역비 등은 중구에서 확보해 추진하라고 회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은 화재 진압과 관련해서 신중하게 대처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 없다고 일축했다.
소방방재청도 화재 신고 접수 후 도착하자마자 단청 해체에 나서면서 진압을 시작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 2005년 4월 강원도 낙산사 화재 이후 중요 목조 문화재 124곳을 정해 방재시스템 구축에 나서 지금까지 해인사, 낙산사, 무위사, 봉정사 등 4곳에 방재시스템을 구축했다.
숭례문의 경우 도심에 위치해 있어 우선순위에서 밀려 아직 이런 방제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이에 숭례문에 설치된 소방시설은 소화기 8대와 상수도 소화전이 전부였다.

■성난 민심 비난 거세 = 숭례문 화재로 인해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 중구청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숭례문이 전소된 지난 11일 오전부터 문화재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비난성 글 수백 건이 올라오면서 오후부터는 접속량 초과로 서버가 아예 다운되기도 했다.
화재 현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초기진화에 나섰다면 최소한 숭례문 소실과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질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중구청과 관련해 충무로국제영화제나 소나무 가로수 교체 사업 예산과 숭례문 관련 예산을 비교하며 쥐꼬리 예산을 배정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중구청은 “숭례문이 국가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관리를 맡고 있는 중구에 시설 보수비만 국비로 지원될 뿐 관리 비용은 중구에 완전 떠맡기고 있다”며 “그동안 떠맡은 관리인 인건비만 2004년 8천100만원, 2005년 1억400만원, 2006년 1억800만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구청 홈페이지 자유토론방도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쳐 사이트가 한때 폐쇄되기도 했다.

■숭례문 화재 현장에 투명 가림막 설치 = 중구는 숭례문 화재 현장에 대형 투명 전망창을 설치키로 하고 지난 15일 전소된 숭례문을 가렸던 가림막 하단 일부를 투명 아크릴 재질로 교체했다.
이에 앞서 중구는 지난 14일까지 비산먼지 위험과 잔재 낙하물 방지를 위해 6m 높이의 가림막을 임시로 설치했으나 잿더미가 된 숭례문의 모습을 통해 잘못을 되새기고 역사적 책임을 통감하자는 여론에 따라 숭례문 광장 쪽에 가림막의 일부를 투명 아크릴로 된 투명 전망창으로 설치하게 된 것이다.
이 가림막은 숭례문 복원에 필요한 가설 덧집을 설치한 후 철거되며 복구하는 동안에는 낮은 울타리가 설치된다. 가림막 앞에는 숭례문의 직전 모습을 담은 대형 흑백사진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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