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시가 있는 풍경
  • 편집부
  • 승인 2012.07.11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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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에서 출석을 부르다

-유현서-

저요, 저요!

망초꽃이 먼저 손을 든다

축구공이 튀어 오르고

얼굴 없는 발들이 풀먼지를 일으킨다

누군가 손만 내밀어 종을 친다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이디, 라고 쓴 손가락 뒤로

몽당분필이 한번 더 부러진다

산안개가 몰려온다

학교명패를 입에 문 교문이

서서히 잠긴다

뒷산 소쩍새가 내려다본다

알프스에 오르기 위하여

풍금의 페달을 세게 밟는다

폐부 깊숙이 바람이 샌다

누가 틀어놨는지

저요, 저요!

꼭지 떨어진 수돗물 소리만 대답한다


7월입니다! 학생들은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시작될 것입니다.

한국여성문예원 회원이자 시낭송가인 시인 유현서의 시에서 곧 방학이 되어 폐교처럼 텅 비인 교정의 모습을 독자들은 떠올릴 수 있습니다.

넘치고 풍성한 푸른 자연이 우리들에게 즐거운 휴식을 알려 준다면, 학생들이 사라진 여름의 교정은 시에서 보여주는 이런 모습일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남아있는 그들은 아마도 집으로 간 학생들이 더 보고 싶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없는 폐교처럼 썰렁한 교정을 망초꽃이, 평소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던 종이, 몽당분필이, 때로는 슬그머니 외로워서 찾아오는 산안개가, 뒷산 소쩍새가, 잠시 사용하지 않는 풍금과 시끌벅적한 수돗가의 물소리가 아이들을 대신하여 출석을 챙기고…. 아니 파수꾼처럼 다시 돌아올 학생들의 교정을 지키고 있습니다.

시를 통해 잊혀진 그때의 여름 교정이 생각납니다.

입가에 그리운 미소로 기억되어지는 학창시절의 학교, 친구들, 책상, 의자, 칠판, 하얀 분필, 교복, 그리고 선생님! 짧지만 먼 추억의 여행으로 한 여름의 더위를 잠시 식히기를 바랍니다.

김도경 시인·한국여성문예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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