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늦가을,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시집 한권
BOOK >> 늦가을,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시집 한권
  • 김은하기자
  • 승인 2012.10.3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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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가을. 영롱한 하늘빛, 수채화처럼 물드는 산과 들, 청량한 바람,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마음은 늘 설렌다.

아름다운 서정과 삶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시들을 통해 가을의 운치를 한껏 맛보면 어떨까.

촉촉하게 내리는 가을비처럼 감상에 젖을 수 있는 시집을 소개한다.

이해인 수녀의 ‘작은 기도’(열림원 펴냄)는 4년 전 직장암 판정을 받은 뒤 수십 차례의 힘겨운 항암 치료를 견디며 지은 시들이 담긴 시집이다.

시인의 기도는 그대로 한편의 시가 되어 그의 일상과 생각을 잔잔한 감동으로 담아낸다.

시집에는 삶의 마지막을 대하는 시인의 번민과 슬픔, 담담한 자세가 담겨있다. 그녀는 자신이 지상에서 마지막 기도를 드리고 떠나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두고 갈 것도 없고/ 가져갈 것도 없는/ 가벼운 충만함이여// 헛되고 헛된 욕심이/ 나를 다시 휘감기 전/ 어서 떠날 준비를 해야지// 눈을 감으면/ 희미한 빛 속에 길이 열리고/ 등불을 든 나의 사랑은/ 흰옷을 입고 마중 나오리라 -마지막 기도 中-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문학동네 펴냄)은 권력이나 초월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살아온 삶만큼의 순결한 언어로 정갈하게 빚어낸 80여 편의 시를 수록했다.

저자의 슬픔이 그러했듯, 저자의 삶과 사랑이 그러했듯, 오랜 시간을 두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기어이 다시 피어나는 꽃을 표현한 아름다운 시편들을 만나볼 수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 中-

고은의 ‘순간의 꽃’(문학동네 펴냄)은 고은 시인의 짧은 시 185편을 묶었다. 제목처럼 순간순간의 무궁 속에서 시인이 맛본 감응과 깨달음이 선(禪)과 시(詩)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타고 터져 나온다.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파리 한 마리, 눈송이 등 매순간의 삼라만상에서 시인은 전체에 대한 직관과 통찰을 드러내며 삶의 무궁한 비의와 마주선다.

짤막한 문구들 속에 담긴 함축과 절제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시집이다.

한쪽 날개가 없어진/ 파리가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 오늘 하루도 다 가고 있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어찌 꽃 한 송이만 있겠는가/ 저쪽/ 마른 강바닥에도 아랑곳하게나/ 볼품없음이/ 그대 임이겠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순간의 꽃 中-

정현종의 ‘환합니다’(지식을만든지식 펴냄)는 생명과 사물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공감을 노래한 정현종 시인의 육필 시집이다. 표제 시 ‘환합니다’를 비롯해 61편의 시를 숨결과 영혼을 담아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이 시집은 시는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한다.

정현종 시인의 글씨를 그대로 읽으면 시에 담긴 풍미가 더욱 깊이 있게 느껴질 것이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히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中-

이수명의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문학과지성사 펴냄)은 문학과지성사의 시인선 399호를 장식했다. 시인은 독특한 시어를 사용해 국어 문법을 뒤흔들거나 시간과 공간을 완전히 새롭게 재배열해 이미지를 심하게 뒤틀고 있다.

또 범상치 않은 화법으로 눈에 보이는 세계 뒤에 자리 잡은 보이지 않는 잠재의 세계를 그린다. 시간과 공간을 드러내는 단어를 활용해 새로운 이미지의 세계를 빚어내기도 한다.

순간이 무성해진다. 순간을 뻗어보면 순간이 아프고/ 순간의 대립이 엎어진다// 바닥에 떨어진 방은 도막이 났다. 도막이 없어진다/ 도처에서/ 나는 관련을 결여하고 있다 -순간이 무성해진다 中-


광해 ,왕이 된 남자

이주호 지음 | 걷는나무 펴냄

이병헌, 한효주, 류승룡 주연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동시에 기획된 역사소설 ‘광해, 왕이 된 남자’.

영화와 다른 충격적 반전과 결말, 왕과 정치의 의미를 다시 묻는 픽션으로, 승정원 일기에서 사라져 버린 광해군 8년 15일간의 행적을 그리고 있다.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당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 독이 든 음식을 먹고 광해가 의식을 잃은 사이, 국정의 혼란을 막기 위해 대신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을 통해 조선 정치판의 비열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신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 속에서 왕권을 강화하려는 광해, 그를 지키려는 도승지 허균, 백성의 삶을 돌보려는 하선, 왕의 여인이라는 이유로 가족을 잃어야 했던 중전, 제 이익 불리기에 바쁜 조선 세도가들 등을 둘러싼 정치적 암투가 긴장감 넘치게 펼쳐진다. 충격적 반전과 영화와 다른 결말로 오직 소설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펴냄

1990년대 초중반 전국적인 답사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부터 2011년 제6권 ‘인생도처유상수’까지 인문서 최초 300만부 판매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이 제주의 자연과 문화유산, 그리고 사람 이야기를 담은 일곱 번째 책을 들고 돌아왔다.

지금까지의 ‘답사기’와 달리 이번 7권에서는 한 권을 온전히 ‘제주도’에 할애해 제주의 문화, 자연, 역사, 사람 이야기를 전에 없이 풍성하고도 깊이 있게 소개한다.

이미 전국민의 휴양지에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한 제주, 누구나 한번쯤 가보았고 누구나 잘 아는 곳이라 생각하는 제주, 그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화유산의 가치를 이처럼 총체적으로 집약해놓은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제주편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은 제주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통해서 우리에게 제주를 보는 새로운 눈을 일깨워줄 것이다.

 

홍명보의 미라클

국영호·전광열 공저 | 자음과모음 펴냄

홍명보.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대한민국은 뜨거워진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이룩한 한국 올림픽 축구 사상 최초의 동매달은 온 국민의 가슴에 훈장이었고, 홍명보는 대한민국의 기적이었다.

이 책은 홍명보가 올림픽대표팀을 맡게 된 배경부터 거슬러 올라가 공개되지 않았던 히스토리와 함께 올림픽대표팀 훈련 과정 중 선수들을 품는 홍명보의 리더십과 명석한 판단력, 경기 중 위기상황을 대처했던 뛰어난 실력 등 홍명보 감독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런던올림픽 중 언론에 소개되지 않았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되어 재미를 더한다.

책 출간 소식에 홍명보의 절친 박지성 선수와 영원한 멘토 히딩크 감독, 그를 지도자의 길로 이끈 핌 베어백 감독과 리더십의 진정성을 일깨워준 아드보카트 감독 외에도 런던올림픽의 주역 구자철 선수, 기성용 선수, 박주영 선수 등 축구스타들이 기뻐하며 홍명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랑외전 -이외수의 사랑법-

이외수 지음 | 해냄출판사 펴냄

이외수 작가와 정태련 화백이 ‘이외수의 사랑법’이란 주제로 이 시대에 시름하고 있는 사회 곳곳의 문제를 다독이는 신작 에세이를 펴냈다.

이외수 작가와 정태련 화백이 함께하는 세밀화 에세이는 지금까지 삶의 잠언이 될 만한 문장과 일상의 쉼이 되는 그림들로 많은 독자들에게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가 되어주었다.

이번 출간에서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 가족 간의 사랑, 사람 간의 사랑, 이념 간의 사랑에 대해 의미 있는 질문과 해답을 던진다.

‘인간, 사랑, 시련, 교육, 정치, 가족, 종교, 세상, 꿈’이란 키워드로 접근한 이번 책은 독자들에게 사회 곳곳에 빨간불이 켜진 가치관과 현상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외수 특유의 재치 있는 시선과 감성적인 언어들은 그 의미를 오래 곱씹게 하는 힘이 있다. 이 때문에 독자들은 이 책 속에 담긴 사랑의 언어들을 두고두고 떠올리며 고단한 삶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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