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I (사)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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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15.06.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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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정신이 그리운 세상

조선 5백 년에 국민들을 긍정적인 인간으로 설명하는 상징적인 말은 ‘선비’라는 단어였습니다. 순수한 우리말인 ‘선비’는 달리 표현하면 ‘유자(儒者)’나 ‘사대부(士大夫)’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래서 ‘선비정신’이니 ‘사대부의 마음’이라는 말이 교양을 갖춘 지식인들의 정신을 미화해주는 말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혹자는 조선사람들이 우리 민족에게 남겨준 대표적인 유산의 하나는 바로 ‘선비정신’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다산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인간의 정신을 선비정신이라 여기고,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나 가계(家誡)에서 ‘선비의 마음[儒者心汲]’이나 사대부의 기상(氣像)을 지녀야 한다고 거듭거듭 당부하고 경계해주고 있었습니다. “사대부의 마음가짐이란 마땅히 광풍제월(光風霽月)과 같이 털끝만큼도 가린 곳이 없어야 한다. 무릇 하늘이나 사람에게 부끄러운 짓을 아예 저지르지 않는다면 자연히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안정되어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저절로 우러나올 것이다. 만약 포목 몇 자 동전 몇 닢 정도의 사소한 것에 잠깐이라도 양심을 저버린 일이 있다면 이것이 기상(氣像)을 쭈그러들게 하여 정신적으로 위축을 받게 되니, 너희는 정말로 주의하여라”(又示二子家誡)

이 얼마나 옳고 바른 이야기인가요. 하늘이나 사람에게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지 않은 일이 첫째로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소한 것에 잠깐이라도 양심을 저버린 일이 있다면 이것이 기상을 쭈그러들게 하여 정신적으로 위축을 받아 호연지기가 자리할 틈이 없게 만들어 버린다니,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요.

그래서 다산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곳곳에서 아들들이 선비가 되고 사대부의 마음을 지닐 수 있기만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둘째 문장(文俟:학유)이 선비의 마음씨만 지닐 수 있다면 내가 다시 무슨 한이 있겠느냐?”라고 아들을 채찍질 하였으며, “양계(養鷄)를 해도 사대부답게 하라.”라고 권하면서 농사일도 품격 높게 해야 사대부다운 농사일이 된다는 권장의 말을 했습니다. 먼 뒷날의 이야기이지만, 정학연·학유 다산의 두 아들은 정말로 훌륭한 선비로 성장하여 추사 김정희, 이재 권돈인 등 당대의 명사들과 어울리면서 사대부의 기상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아버지의 가르침은 그렇게 큰 효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현실을 되돌아보면 마음이 너무 쓰라립니다. 선비도 없고 선비의 마음을 지닌 사람은 찾아내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더구나 사대부의 기상을 지니고 헌헌장부로서 호연지기를 만천하에 보여주는 사람은 더더구나 찾기 어렵습니다. 조그마한 이익에 사로잡히고 쥐꼬리만한 권력에 양심을 파느라 인간성까지 상실하여,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만 세상에 가득하여, 그 아름답고 훌륭하던 선비의 나라는 자취를 감춰가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욕과 권력욕에 양심을 버린 군상들만 지도자가 되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있으니 ‘선비’라는 단어와 ‘선비정신’을 지닌 지도자들이 더욱 그리워지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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