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29년째 무료 결혼식을 치러준 김종명 씨(우)와 그의 아내인 박선희 씨.
중구청 인근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종명 씨(65세)는 지난 19일 중구구민회관에서 열리는 무료 합동결혼식 준비로 바쁘다. 결혼식을 치루지 못한 저소득층 5쌍이 모두의 축복 속에 웨딩마치를 올린다. 이 중 2쌍은 다문화가정이다.
이처럼 김 씨가 무료 합동결혼식을 시작한 것은 지난 87년부터, 올해로 29년째를 맞았다. 1년에 1∼2회 평균 10쌍 이상씩 지금까지 모두 300여쌍에게 무료로 결혼식을 치러 주었다.
원래 이 결혼식은 사단법인 21세기사회봉사회에서 80년부터 시작한 사업. 당시 300여명의 회원이 회비를 모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절이나 예식장, 회관 등에서 진행했다.
87년 봉사회 이사장인 이설산 스님의 소개로 김 씨가 이 결혼식 사진 촬영을 맡은 게 인연이 됐다. 취지가 좋아 이설산 이사장에게 자신도 함께 하겠다고 했다. 열심히 나서서 중구구민회관을 예식장으로 마련하고 결혼식 준비를 도맡아 한 그의 열정에 결혼식은 어느덧 그의 몫이 됐다.
결혼식 비용은 봉사회에서 댄다. 그러나 스냅사진(원판 3판)과 비디오촬영, 액자, 드레스 준비, 신부 화장, 선물 등은 모두 그가 충당하고 있다. 한번 결혼식 할 때마다 그가 내는 금액만 약 1,000만원. 부인인 박선희 씨(57세)도 87년부터 결혼식 준비에 동참하고 있다.
김 씨는 “지금까지 수억원이 들어갔다. 아마 그 돈을 모았으면 작은 아파트 한 채라도 마련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혼식을 하며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봉사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이 늘면서 김 씨와 박 씨는 98년부터 국제라이온스협회의 중구라이온스클럽에 가입해 다양한 봉사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그 사이 사진관 사업도 번창했다. 89년부터 2010년까지 3곳에서 웨딩숍을 운영하기도 했다.
김 씨는 “자원봉사라는게 너무 재미있고 하면 할수록 좋은 것 같다. 이런 것을 왜 그때까지 몰랐었나 후회도 했다”며 “액자에 담긴 결혼식 사진을 보는 부부들의 모습이 너무 좋다.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초를 놓아준 것 같아 가슴이 뿌듯하다. 이 기분, 이 행복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침체로 사진관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 씨. 그런 김 씨의 꿈은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무료 합동결혼식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