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 2리
취재수첩 -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 2리
  • 장진익기자
  • 승인 2006.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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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현장을 다녀와서…

수재민들 아픔이 빨리 치유되길


전국적인 집중호우로 강원도 일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마을의 13가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8명이 실종되는 등 집중폭우 최대 피해지인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 2리 주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난 3일 회현동 직능단체 회원과 주민들로 이뤄진 봉사단은 이른 아침 수재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구호물품과 성금을 모아 한계 2리로 향했다. 버스가 도착할 무렵 마을 주변은 평범한 시골의 풍경과 다름없었다. 강원지역 최대 수해 피해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평온한 모습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인사를 나누고 성품을 전달하는 동안에도 미소를 머금고 봉사단을 반기는 주민들의 얼굴에서 수해의 아픔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성품 전달식을 끝낸 후 주민들의 안내로 봉사단원들과 피해지역을 둘러보는 순간,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수해상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을의 가옥은 집인지 창고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수마에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으며 마을로 향하는 유일한 다리는 끊어져 버린지 오래였다. 주민들의 얼굴에 담겨있던 미소와는 전혀 다른 폐허가 된 마을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하는 순간이었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 후 유실된 가옥의 복구 작업 도중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시 내린 폭우로 무너져가는 현장을 지켜봤던 주민들의 고통은 극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봉사단원들은 수해현장을 둘러본 후 주민들의 생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일터로 향했다. 한계 2리의 가옥들이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려 딱히 복구 작업을 할 것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찌는 듯한 폭염속에서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옥수수 밭에 가득한 잡초를 뽑고 밟아서 제거작업을 하는 동안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훔쳐내는 봉사단원의 모습에서 수해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각오를 느낄 수가 있었다.
봉사활동이 끝난 후 주민들의 임시대피소인 컨테이너 박스를 찾았다. 22개, 5.5평 크기의 컨테이너 박스 안에는 싱크대와 냉장고, 이불 등 구호물품이 가득하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불가마와 다름없어 생활이 불가능한 실정이었다. 컨테이너 박스 주변에는 차양막 등 햇볕을 피할 만한 시설 또한 턱없이 부족하여 주민들의 고통은 더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잃지 않고 봉사단원들에게 웃음을 건네는 모습은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봉사단원은 한계 2리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주민들이 일구었던 감자를 구매하려 했지만 “감자가 폭우 때문에 물을 많이 먹어서 맛이 없어, 봉사 나온 분들한테 이런 것 팔면 절대 안 되지”라고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도움을 주러 나온 분들께 억지 춘향으로 품질이 좋지 않은 감자를 파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극심한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적 도리를 잃지 않는 한계 2리 주민들의 모습은 뭔가 깊은 가르침을 주고 있었다.
수마가 지나간 뒤 마을 어귀에 마땅히 쉴 곳이 없어 고통 받는 주민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한계 2리 주민들을 포함한 모든 수재민들의 고통이 어서 빨리 치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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