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남자여, 식중독을 조심하라
혼자 사는 남자여, 식중독을 조심하라
  • 인터넷편집부
  • 승인 2019.08.0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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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조영규 박사
조영규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박사
조영규 박사(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푹푹 찌는 여름이다. 원룸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A 씨(32세, 남)는 요즘 후덥지근한 날씨에 지쳐있다. 퇴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끈적끈적한 몸이 서로 닿는 것도 너무나 싫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내려놓고 샤워부터 한다.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럴 힘이 없다. 프로야구 중계 채널을 틀어놓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를 내온다. 그리고는 치킨 배달 앱을 클릭한다. 무더운 여름, 프로야구와 치맥은 혼자 사는 남자의 환상의 친구다.

야구를 보다 잠든 A 씨는 아침에야 일어나서 먹다 남은 치킨을 냉장실에 넣었다. 또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또다시 열심히 하루를 살았다. 퇴근하여 돌아온 A 씨는 어제 남겨놓은 치킨이 생각났다. 전자레인지에 치킨을 데워서 맥주와 함께 먹었다. 어제처럼 야구를 보면서. A 씨는 배가 아파서 새벽에 깼다.

구역감이 심하여 화장실에 가서 토했다. 복통이 너무 심해 병원 응급실에 갔다. 병원에서 한 차례 설사했다. 의사 선생님께 증상을 말했더니 ‘식중독’이란다. 어제저녁 데워 먹은 치킨 때문이라고. 요즘 같은 여름철에 먹다 남은 치킨을 다시 먹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혼났다. 환상의 친구가 최악의 친구가 되었다.

A 씨는 왜 식중독에 걸렸을까?

우선 무더운 날씨를 고려해야 한다. 기온과 습도가 올라가면 식중독의 위험이 증가한다.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고 통계를 보면 실제 식중독 사고는 초여름(5-6월)에 증가하기 시작하여 여름철(7-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였다. 기상청에서는 온도와 미생물 증식 기간의 관계를 고려하여 식중독 발생 가능성을 백분율로 나타낸 식중독지수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2019년 8월 8일) 서울의 식중독지수는 86으로 ‘위험단계’에 해당한다. 위험단계에는 음식물을 실온에 3-4시간만 방치해도 식중독 발생 위험이 매우 커지기 때문에 식품 취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A 씨는 이 무더운 여름철에 먹다 남은 치킨을 밤새 실온에 방치했기 때문에 이 음식을 다시 먹게 되면 식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황색포도알균이 음식물에 오염되면 음식물 안에서 증식하여 장독소(enterotoxin)를 생성한다. 이렇게 생성된 장독소를 음식물과 함께 먹으면 황색포도알균 식중독에 걸리게 된다. 장독소는 열에 강하여 100℃로 끓여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게다가 전자레인지로 음식물을 골고루 데우기는 쉽지 않다. 전자레인지는 물을 진동시켜 열을 내기 때문에 물을 함유한 부분은 쉽게 데워지나, 물이 없는 부분은 잘 데워지지 않는다. 전자레인지로 데운 치킨에는 여전히 많은 장독소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식중독 예방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분량만 만들거나 구입하는 것인데, 혼자 사는 A씨가 혼자 먹을 분량의 음식만을 주문하기는 쉽지 않다. 배달업체에서는 ‘최소주문금액’을 설정해 놓거나, 배달료를 차등 적용하여 2인분 이상의 음식을 주문하도록 만든다. 먹고 남은 음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실온에 두지 말고, 재빨리 냉장 보관해야 할 것이나, 제대로 보관할 자신이 없으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버리는 것이 아깝다고 다시 먹었다가는 건강을 상할 수 있다.

무더운 여름, 혼자 사는 남자가 조심해야 할 것은 외로움만이 아니다.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은 식중독이다.

 

조영규 박사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졸업
•가톨릭대학교대학원 보건학과 박사과정 수료
•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총무
•현) 인제대학교 국제보건연구소 책임연구원

주요활동
•현) 대한가정의학회 부총무
•현) Korean Journal of Family Medicine 부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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