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조합 주거 공간 무상 제공, 집수리 봉사단체 '인디모' 힘써
다 쓰러져가는 중구 다산동 가건물에서 반려견 20여 마리와 살던 유씨(80대) 할머니가 지난 10일 깨끗한 새 보금자리로 이사했다.
유씨 할머니가 살던 가건물은 낡은 합판들과 천막 등으로 이뤄져 일상생활이 힘든 열악한 장소였다. 유 씨는 이 가건물에서 25여 년간 살면서 저장강박으로 중고물품들을 주워와 산처럼 쌓아올리고 살았다. 화재와 각종 사고에 노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심한 악취와 벌레가 많아 이웃과 마찰을 빚었다.
중구청과 주민센터에서는 유씨 할머니에게 수차례 요양시설 입소를 권했다, 그러나 유 씨는 개를 모두 데려 가지 못하면 안 가겠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그러다 올 여름 비와 태풍이 예고되면서 구청은 할머니를 회유하는데 힘을 쏟았다.
다산동주민센터 이혜숙 복지건강팀장과 직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유씨 할머니 집을 연속 방문해 폭염 대비 물품을 전달하며 시설 입소를 연신 권유했다.
결국 유씨는 주민센터 직원들의 진심에 녹아져, 지난달 5일 노인 보호 시설인 신당 데이케어센터로 이동했다. 이후 한 달이 넘게 주민센터의 보살핌을 받아 건강을 회복한 후 추석 전인 10일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했다.
새 보금자리는 박현배 대표가 주택재건축조합 인근 공간을 무상으로 내줬고 중구 집수리 봉사단체 '인디모'가 수리를 맡아주면서 완성됐다. 반려견들은 유기견 보호센터로 인계됐다.
유씨 할머니는 새 보금자리를 보며 “새로운 집을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주민센터 직원들의 따뜻한 관심과 보호 속에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했다.
서양호 구청장도 유 씨 할머니 집에 수차례 직접 방문했다. 서 구청장은 할머니의 입주를 축하하며 "담당 직원이 권한과 책임의 사각지대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제가 알게 된 것"이라며 "유씨의 생계 방안, 정신상담, 건강검진 등 종합적 대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