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노인의 위상 1
한국에서의 노인의 위상 1
  • 인터넷편집부
  • 승인 2019.09.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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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철학을 생각한다’
황진수(한성대 명예교수)
황진수(한성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노인들의 현실을 녹록하지 않다. 2017년 현재 760만 명이 노인이고 노인의 숫자는 매년 40만 명씩 증가한다. 부부합계 출산율이 0.98명이라고 한다. 원래 평균 수급율이 2.1명이니까 이제 대한민국은 늙어가고 있다.

현재의 노인들은 대한민국 500년 역사 중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를 지낸 분이 많다. 노인 중 80대 중후반에 계신 분들은 왜정시대, 6.25전쟁, 산업화 이전의 배고픈 시절을 다 경함한 세대이다.

지금 노인 연령이 65세니까 막 노인이 된 세대는 선배 노인의 이러한 국가적, 사회적, 경제적, 개인적 환경을 전혀 모른다. 그러니까 같은 노인이라할지라도 ‘동시대인의 비동시적 존재’로 평가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노인 문제와 관련하여 몇 개의 금메달(?)을 가지고 있다. 노인의 빈곤지수 46.7%가 세계 1등이다. 또 여기에 보충되는 통계가 있는데 국민기초수급생활자의 33.1%가 노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없었고, 번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면서 자녀들을 양육하다보니 지금은 한마디로 빈 털털이 세대가 되었다.

노인은 외롭다. 다시 말하면 고독하다. 사회에서도 노인은 고독하지만 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옛날 농경사회시대의 가부장적 권위는 온데간데없고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정말 첩첩산중에 혼자 있는듯한 노인들이 많다.

노인이 역할이 없다. 사람마다 자기의 역할(role)이 있는데 노인은 역할이 없다는 것이 노인을 더 괴롭힌다. 집안에서 TV시청이나 집 근처를 산책하는 것 그리고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에 나가는 노인들은 그래도 행복한 노인이다.

위에 적시한 노인의 빈곤· 병· 고독· 역할의 상실을 노인의 4고(苦)라고 말한다.

불가(佛家)에서 인생의 4고를 생로병사로 지칭하고 있듯이 노인도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을 설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노인이 이렇게 4고에 허덕이고 있는가 하면, 사실 개인적인 생활에 만족하는 어느 정도 행복한 노인들도 많이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또 다른 세계 1등은 자살률이다. 자살을 왜 하는가? 그것은 사람마다 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공통적인 것은 우울증이 기반되어 있다. 가족관계의 부조화·고독감 등이 있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노인인구 증가 속도가 제일 빠르다. 다른 선진 국가가 100여 년에 걸쳐서 고령화사회(7%), 고령사회(14%), 초고령사회(20%)의 수순을 밟았다. 가장 빠르다는 일본보다도 우리의 노인인구 증가 속도는 세계 1등이다. 2000년에 7%였다가 2016년에 14%, 2024년에 초고령사회인 20%가 된다는 것이다. 노인인구가 많아지면 복잡한 분석도 필요 없다. 우선 노동력이 늙어진다. 그리고 사회의 활력이 떨어진다. 소비가 줄어지면서 내수 시장에 문제가 생긴다.

청년들은 노동생산인구이기에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만, 노인들은 생산에 참여하지 못하고 쓸모없는 잉여인간으로 취급당한다.

아프리카에서는 노인이 죽으면 '동네 박물관'이 없어졌다고 슬퍼하지만, 한국같은 최첨단의 정보화·디지털화 사회에서는 쓸모 있는 정보가 없는 노인은 무용지물로 전락한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의 노인의 서글픈 현식을 정리했는데 고령사회 또는 초고령사회의 문제를 사회문제 특히 복지 문제로 정리하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자랑하고 있는 나라, 3050국가(5000만 인구에 3만 불 국민소득)군의 7개 국가에 속한다는 자부심이 있는 나라라고 하는 계량적·통계적 차원의 국가형태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가 발전하면서 ‘회색쇼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는데, 무조건적으로 오래 사는 것, 장수문화를 구가하는 것 대신에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할 시점에 도달했다. 노인의 4고를 사회정책 또는 국가정책으로 푸는 과정 즉, 노인의 인력활용, 소득보장, 여가선용, 자원봉사 등도 중요하지만, 여기에서는 이러한 노년의 위기상황을 철학적 성찰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인류사의 새로운 사고의 틀을 만들어 보고자 함이 목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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