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노인의 위상 4
한국에서의 노인의 위상 4
  • 인터넷편집부
  • 승인 2019.11.0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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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철학과 웰다잉(well-dying)'
황진수 한성대학교 명예교수
황진수 한성대학교 명예교수

죽음은 삶의 텍스트며 담론에서 어느 경우에나 종지부가 찍히고 나면 오직 그것뿐이다. 더 이상 죽음은 인간의 소유가 아니다. 죽음을 기억하라(momento mori)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죽음을 몰아내고 있지만 죽어서 남의 뇌리 안에 자리 잡지 않는다. 그래서 근대 이전의 인간들이 죽음을 극복이 아닌 수용의 자세로 맞이했다면, 근대 이후의 인간들은 과학을 통해 죽음이라는 자연을 정복하는 현세 중심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래서 김열규는 '죽음이 죽었다'고 말하고 있다.(김기봉, 고령화에 대한 역사적 성찰, 문화비평) 죽음에 관한 논의가 깊어졌는데 죽음을 의례적·형식적 차원에서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본다.

인도는 상여 문화가 없다. 죽은 사람을 사리()으로 말아 화장터로 간다. 거기에서 평등하게 화장(火葬)을 한다. 티베트는 죽은 자를 자루에 넣어 소등에 태워 사찰 부근의 천장 터로 간다. 시신을 작두로 잘라 독수리 먹이로 준다.

몽골의 경우는 죽은 자를 마차에 싣고 달리다가 시체가 떨어진 곳에 봉분 없이 평장을 한다. 말하자면 자라나는 풀에게 보시를 하는 셈이다.

중국의 운남성 소수민족의 경우 바위 절벽에 시신을 안치(?)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새들과 짐승과 바람에게 먹이가 되도록 한다. 네팔은 화장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강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시신을 강에 수장하여 물고기에게 육체 보시를 한다. 인도의 타르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화장할 나무도 없고 강물도 없이 사막의 공동묘지에 죽은 자의 평소 옷을 입힌 채 그대로 두고 떠난다. 시베리아 에스키모인들은 노인을 썰매에 태워 1달 정도 먹을 식량을 주고 멀리 가서 버리고 온다. 노인은 한 달 정도 살다가 얼음 위에서 죽고 물고기나 곰의 식량이 된다.

위의 사례와 다른 장자(莊子)의 경우를 보자. 장자는 임종이 가까워지자 제자들을 불렀다. 무슨 일을 그리 부지런히 하는가? 제자들은 "위대한 스승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옥관과 석관을 준비한다고 했다. 그래야 제자 도리를 다하는 것이고 스승에 대한 예의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장자는 말했다. "나는 하늘과 땅을 나의 관()으로 삼을 것이며, 해와 달로 무덤의 석등(石燈)을 삼고 하늘의 무수한 별들로 상여의 장식을 이룰 것이니 만물은 있는 그대로 제물로 삼아라"고 했다.

제자들은 "스승님 말씀이 '하늘과 땅의 기운으로 몸을 맡겨두라'는 말씀이신데 독수리· 솔개· 까마귀가 스승님 몸에 생채기를 낼까 두렵다"고 말씀드렸다. 장자는 "땅 속 깊이 옥관과 석관에 둔다면 개미·구더기가 득실거린다. 하나를 알고 둘을 모르는 현상계 집착이로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장자 철학에 의하면 존재론적·인식론적·가치론적 측면에서 모든 만물은 하나인 것이며, 모두가 평등하다. 삶과 죽음, 유년기와 노년기도 평등하다고 보았다.

선진(先秦) 유가에서는 인간이 태어나기 이전의 세계와 죽은 이후의 세계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공자에게서는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떻게 죽음을 알겠느냐고 하여 삶 이후의 세계에 언급한 것을 찾아볼 수 없다.

늙고 죽는다는 것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게 부과된 자연현상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이 실제로 죽는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만이 죽음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근대 이전의 인간들을 죽음을 수용하는 자세로 맞이하고 종교적 형식을 통해 죽은 자와 소통하였다면 현대 세계로의 인간들은 과학을 통해 죽음이라는 자연현상을 해석하는 모습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노년철학이 지향해야 할 대상을 찾기 위해 대상의 모색, 노년철학의 종국적 도착지점을 삶과 죽음을 논의하면서 그동안 진행된 담론의 일부를 제시하였다.

일반적으로 노년의 삶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간난의 고통을 우리는 법· 정책· 제도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철학적 배경, 곧 노년철학의 고뇌가 있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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