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김율리 교수
2005학년도에 해외로 조기유학을 떠난 학생이 서울지역만 해도 7,001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발생하는 것이 가족 별거의 문제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가족 간의 유대가 강했던 지라 이 같은 별거 상황에 잘 대처해나가기 힘들어 하는 가족들이 많다. 가족 별거는 그동안 쌓아온 가족 관계에 엄청난 변화의 압박을 가한다. 영국의 한 연구는 어떤 이유로든 떨어져 살게 된 가족에서 자살율이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특히 부부 간의 경우 ‘안보면 멀어진다’는 동서양 공통의 속담이 의미하듯, 떨어져 지내게 되면 서로 불안해 진다. 누가 남았고 누가 떠났는지에 따라 각자의 입장이 달라진다. 떠난 가족의 경우, 새로운 것을 개척해 나가느라 바쁘고 힘겹지만 남겨둔 가족들이 그립다. 외롭고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남겨진 가족의 경우 주변에 친지나 친구가 있어 어느 정도 위안은 되지만 떠난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외롭다.
별거 상황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상대에게도 이를 표현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걱정할까 봐 혹은 약해보일까봐 “난 잘 지내요, 여긴 아무일 없어요”하고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그 외로움 뒤에는 ‘상대가 나를 이해 못하면 어쩌나, 나에게서 멀어지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솔직한 표현은 상대방에게 내 처지를 진심으로 이해시키고 나를 지지해 줄 수 있게 한다.
또한 떨어진 기간동안 꾸준히 의사소통을 유지하며, 다시 만나게 되었을 경우 그 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표현하고 다시 서로에게 익숙해 지는 데 시간이 필요함을 이해한다.
가족 별거의 경우 가족이라 할지라도 상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자주 표현해 준다면 떨어져 지내는 기간동안 오히려사랑이 깊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2270-0063)
저작권자 © 중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