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한국의 지방자치, 이대로 좋은가③
특별기고 - 한국의 지방자치, 이대로 좋은가③
  • 김은하기자
  • 승인 2006.09.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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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학교 안성호 부총장

재정분권개혁은 지방분권개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우리는 향후 재정분권개혁을 위해 스위스 성공경험과 브라질의 실패경험으로부터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스위스의 분권·참여형 정치체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브라질은 1980년대 이후 의욕적으로 지방분권을 추진했으나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방분권의 효과와 관련한 스위스의 성공조건, 브라질의 실패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두 나라의 상이한 재정운영방식, 즉 경쟁적(競爭的) 재정연방주의와 조정적(調整的) 재정연방주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스위스의 경쟁적 재정연방주의는 주 및 지방정부 간 적정경쟁을 유도하면서도 조세경쟁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시킴으로써 주 및 지방정부로 하여금 적은 세금으로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만들고 행정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도록 고무한다.
이와 달리, 브라질에서는 주 및 지방정부 간의 조세경쟁을 금기로 여기고 경쟁보다 균형과 조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재정위기에 봉착한 주 및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비상구제자금에 손 내미는 것을 당연지사로 여기고, 거의 관행적으로 경제적 고려보다 정치적 흥정에 따라 재정을 운영한다. 여기에 재정의 경직성, 관리의 비효율, 시민통제 결여, 탈세와 부패, 거대한 비공식경제, 정치적 불안 등이 겹쳐 브라질의 조정적 재정연방주의의 폐해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실망스럽게도, 우리나라의 현실은 브라질 사례를 너무나 많이 닮았다. 스위스와 브라질의 경험을 참고해 향후 재정분권개혁의 과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정부 간 경쟁의 진작을 위해서는 획기적 재정분권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방정부의 상당한 세입 및 세출자치권은 지방정부 간 경쟁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둘째, 국세의 지방세 이양 등 자주재원의 확충이 필요하다.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지방교부세의 법정교부율을 인상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지방교부세를 포함한 의존재원 확대는 지방의 고질적 의타심과 재정책임의 이완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지방정부의 과세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과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만든 법률로만 지방세를 규정하도록 제한하는 편협한 조세법률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넷째, 지방재정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과정에 직접민주주의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세의 세목(稅目)과 세율(稅率), 일정 금액 이상 또는 일정수 주민이 요구하는 사업은 주민투표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국민통합을 위협할 정도의 지방정부 간 재정력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지방재정조정제도는 필요하다. 다만, 재정조정제도는 지방정부 간의 적정경쟁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신중히 설계되어야 한다.       
참여정부가 지방분권개혁의 일환으로서 주민참정제도의 확충을 위해 주민투표법안을 발의하고 국회가 이에 화답하여 주민투표법을 제정한 것은 주민자치제의 기틀을 마련한 획기적 사건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참여정부가 도입한 주민투표법은 주민투표의 대상과 발의요건 및 투표운동 등 주민투표절차에서 ‘직접민주적 개방성’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유명무실한 주민투표제도가 되고 말았다. 스위스와 미국의 주 및 지방정부들이 주민투표제를 통해 누려온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이 상당한 자유재량을 갖고 지역사회의 주요 쟁점들을 주민투표에 회부할 수 있도록 현행 주민투표제도의 ‘직접민주적 개방성’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주민투표법은 직접민주적 개방성 수준과 관련하여 적어도 세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주민투표법 제7조는 재정·인사·조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주민투표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오히려, 재정·인사·조직과 같은 중대한 사항은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주민자치의 정신에 부합한다.
둘째, 주민투표법 제9조는 주민투표 실시요건으로서 ‘주민투표청구권자 총수의 20분의 1 이상 5분의 1 이하의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주민투표청구권자 총수의 20분의 1 이상 5분의 1 이하’는 주민투표제도의 활용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진입장벽이다. 스위스는 말할 필요도 없고, 미국의 주에서도 주민투표 요구에 필요한 서명자 수는 유권자 수의 약 2.5%에 불과하다.
셋째, 주민투표법은 ‘선거일 전 60일부터 선거일까지’ 서명을 받을 수 없고(제11조),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도 없도록(제13조) 제한하고 있다.  이런 제한은 주민투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과잉 규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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