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방자치 이대로 좋은가④(끝)
한국의 지방자치 이대로 좋은가④(끝)
  • 김은하기자
  • 승인 2006.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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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학교 안성호 부총장
한국에 지방자치가 확실하게 정착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부분을 두가지로 요약해보도록 하겠다.
첫째, 읍·면·동사무소를 주민자치의 요람으로 활용해야 한다.
인간적 규모의 지역사회인 동네에 건강한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네 주민의 공적 담론의 장, 곧 공론장(公論場)을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동네의 공론장은 구체적으로 동네민주주의의 활성화를 통해 촉진될 수 있다.
오늘날 선진국의 동네공동체가 도시화·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도 비교적 덜 손상된 상태로 온존되어온 것은 무엇보다 그 동안 작은 기초지방정부들이 통합되면서도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수천 명 내지 1~2만 명의 읍·면자치가 존속되는 한편, 많은 도시정부들이 동네민주주의 진작을 위한 동네분권 및 시민참여 개혁에 힘써온 데 기인한다고 하겠다.    
국민의 정부 초기에 정부가 읍·면·동사무소를 2001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읍·면·동기능전환정책을 발표했을 때,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들은 긴급히 회동하여 정부의 읍·면·동사무소 폐지계획이 읍·면·동행정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대정부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의 강력한 항의에 부딪친 정부는 당초의 읍·면·동 폐지 계획에서 한발 물러서서 읍·면·동사무소의 기능과 인력을 감축하는 수정된 정책을 내놓아 반발을 무마하고자 했다.
하마터면 국민의 정부시절에 사라졌을 읍·면·동사무소를 시장·군수·구청장들이 살려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시장·군수·구청장들이 읍·면·동행정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읍·면·동사무소의 폐지를 막아낸 것은 지방자치사(史)에 기록될 사건이지만, 그 동안 시장·군수·구청장들이 읍·면·동 행정의 혁신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매우 미흡했다. 특히 읍·면·동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고 민주화하여 그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5·31지방선거운동과정에서 후보들이 봇물처럼 쏟아낸 수많은 선거공약들 중에서도 읍·면·동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하고 주민자치의 산실로 만들겠다는 공약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처럼 읍·면·동의 주민자치 혁신이 지체된 것을 시장·군수·구청장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읍·면·동을 마치 계륵(鷄肋)과 같은 말단행정단위로 간주해온 중앙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중앙정부가 읍·면·동의 주민자치 혁신을 촉진하는 법제를 마련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데 적극 나서지 않아온 것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시장·군수·구청장들이 중앙정부가 변할 날만을 기다리며 손을 놓고 읍·면·동 주민자치 혁신을 마냥 미루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5·31지방선거에서 당선되어 이제 막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들이 미비된 여건에서라도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질적 도약을 가져올 대망의 읍·면·동 주민자치 혁신에 앞장설 것을 희망한다.
앞으로, 읍·면·동을 대망의 동네공동체 형성을 촉진하는 동네민주주의 내지 주민자치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선진사례를 참고해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동네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만큼 읍·면·동의 권한이 강화되어야 하고, 이에 상응해 원칙적으로 시·군·구의 정원과 예산의 범위 내에서 읍·면·동의 인력과 예산이 증대가 뒤따라야 한다. 더불어 주민자치회는 도시지역에서는 아파트단지나 단독주택 생활권 단위로, 농촌지역에서는 리 단위로 구성하되, 주민자치회의 회장은 주민이 직선하고, 그 운영위원은 통·리 단위로 주민이 추천한 자를 회장이 위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읍·면·동마다 주민자치회장들로 구성된 주민자치협의회는 읍·면·동사무소 정책의 우선순위 결정, 읍·면·동사무소와 구청 직원의 출석·보고 요구, 읍·면·동사무소 세출예산 작성 등에 관한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사실상 동네의회(neighborhood council)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자체제도의 미비를 비판하고 중앙정부에 온전한 지방자치제도의 정비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주어진 자치권만이라도 모범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혁신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동안 여러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미비된 지방자치제도 하에서나마 혁신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여 지방자치의 필요성을 증명하고 나아가 한국 지방자치의 미래에 희망을 걸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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