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가 노숙자들에게는 희망이 되죠”
“따뜻한 말 한마디가 노숙자들에게는 희망이 되죠”
  • 김은하기자
  • 승인 2007.10.10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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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노숙자들의 보호자 서울역지구대 장준기 경사
▲ 서울역 인근 노숙자들의 보호자 역할을 도맡아하고 있는 서울역지구대 장준기 경사.
오후 3시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는 남대문경찰서 서울역지구대 장준기 경사의 하루는 서울역 광장과 대합실, 지하보도 등 인근 노숙자들의 신상을 챙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장 경사가 서울역을 비운 사이 노숙자들 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지지는 않았는지, 또는 얼마 전 사고로 머리를 꿰맨 30대 노숙자의 상처가 잘 아물었는지 등 인근에서 생활하는 300여명의 노숙자들을 꼼꼼히 살피고 안부를 묻는다. 이렇게 노숙자들을 돌봐온 지도 올해로 8년째. 장 경사는 노숙자들이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끼니를 굶었으면 밥을 사주고, 그들이 취업이나 상담, 파산신고 등을 원하면 쉼터나 복지시설을 소개해준다.
이 때문에 서울역 인근 노숙자들 사이에서는 장 경사를 ‘형님’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 경사는 “처음 이곳을 담당하게 됐을 때는 밤낮없이 아무 때나 지구대에 쳐들어오기도 하고 술에 취해서 고집을 부리는 노숙자들의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큰 사고를 저지르기 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무조건 윽박지르기 보다는 친근하게 대해주는 것만으로도 소소하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장 경사는 “이들이 천천히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처음에 한 두번은 경찰에게 반항을 하던 노숙자들도 해를 거듭할수록 차차 온순해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보람이 크다”며 미소를 지었다.
장 경사는 노숙자들 대부분이 알콜중독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파악하고 서울역 인근 상점 10여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노숙자들에게 술을 팔지 말아달라’고 설득해 최근 서울역 일대에는 술에 만취해 돌아다니는 노숙자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가끔 일부 시민들이 ‘경찰이 노숙자를 두둔한다’며 오해를 할 때가 가장 안타깝고 속상하다”는 장 경사는 “지금은 비록 노숙생활을 하지만 천천히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거쳐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힘있게 말했다.
서울역지구대는 관할 지역 특성상 어려움이 많아 1~2년에 한번씩 인사이동이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장 경사가 8년 동안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은 인사이동이 있을 때마다 본인이 이곳에 남아서 근무하겠다고 자청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 경사가 노숙자들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2월 그를 ‘노숙자보호팀장’으로 임명했다.
최근 장 경사는 틈틈이 이발 기술을 배웠으며 이발도구를 직접 구입해 매주 금요일 서울역 일대 노숙자들의 머리손질을 도맡아 해오고 있다.
“힘든 일이 많은 근무환경이지만 항상 열심히 일하는 동료 경찰들과 서울역 노숙자들을 위해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인근 봉사자들이야말로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장 경사의 친근한 미소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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