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중구의회 김기래 의원
칼럼 - 중구의회 김기래 의원
  • 편집부
  • 승인 2015.01.07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사봉을 넘기며

비온 뒤에 굳어지는 땅처럼 의회 본연의 역할에 최선 다해

흥분과 다급함이 사라진 새벽 1시, 숨죽인 침묵 속에서 의장 불신임 건이 통과됐다.

부의장으로서 의사봉을 잡은 지 2시간여만의 일이었다. 이어 2015년 사업예산안을 처리하고 그렇게 26일간의 정례회 일정이 마무리됐다.

12월 15일 오후 4시가 넘어서 시작된 이날 회의는 7시간이 넘는 정회 후 가까스로 밤 11시에 속개될 수 있었다. 그러나 11시59분 아슬아슬하게 차수까지 변경하며 16일 새벽 1시가 넘어서야 끝나게 된 회의를 돌아보니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원칙상 의장 불신임 건의 경우 의장은 제척사유에 해당돼 부의장과 사회를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의장 불신임 안건 상정 직전 ‘의사일정 순서 변경’을 이유로 사회권은 교체되지 않았으며 2시간 후 속개되었음에도 다시 ‘회기연장의 건’을 이유로 회의는 정회됐다.

이러한 일방적인 회의진행에 필자는 ‘의장 불신임의 건’ 처리를 위한 ‘의사일정 변경의 건’에 대해서 의장은 회피의 대상이 된다는 ‘지방의회 운영 행자부 유권해석’을 직접 찾으며 회의를 속개할 것을 3차례나 거듭 요청했지만 회의는 속개되지 않았다.

정회의 명분도, 원칙도 없는 답답한 시간이었다. 정해진 규칙과 원칙에도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의장으로서 고민해야 했다. 의사봉을 잡아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그냥 시간만 흘러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대치만 시켜놓을 것인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부의장으로서의 판단만이 남아있었다. 결단의 순간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극치의 외로움과 대화를 하며 나 스스로 싸워야 했지만 원칙에 강해야 하고 대의명분에 충실하자는 순간의 확신이 2시간여의 의사봉에 힘을 실어줬다.

파행을 거듭하면 의사봉을 타봉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안타깝지만 이미 지도력을 잃은 순간에 한해의 살림살이 예산을 볼모로 사회권을 비정상적으로 휘두르는 행위는 정당을 넘어 어떠한 명분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10일간의 의장 무대리를 마치고 의원 본연의 자리로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26일 새로운 의장이 선출된 후 의회는 다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급박했던 그 순간도, 열띤 논쟁과 서로간의 갈등의 순간도 지나고 의원들도 직원들도 다시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

한차례의 위기를 거치며 회의진행 절차의 미비점이라는 숙제를 안았지만 이제 이를 계기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절차와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문제점을 고치고 해결책을 찾아나갈 것이다.

‘雨後地實(우후지실)’이라 했다. 비온 뒤에 굳어지는 땅처럼 2015년 의회가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관으로서 바로 서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8길 22-4, 10층 1001호(명동2가, 대한빌딩)
  • 대표전화 : 02-773-4114
  • 팩스 : 02-774-9628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봉주
  • 명칭 : 서울중구신문명동뉴스
  • 제호 : 중구신문
  • 등록번호 : 다 02713
  • 등록일 : 1993-02-25
  • 발행일 : 1993-02-25
  • 발행인 : 변봉주
  • 편집인 : 변봉주
  • 인터넷신문 명칭 : 중구신문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 52247
  • 등록일 : 2019-04-03
  • 발행인 : 변봉주
  • 편집인 : 변봉주
  • 중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중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7734114@hanmail.net
ND소프트